[사설] 일본 대부업체에 국내 프로야구단 내줘서야

입력 2015-11-02 18:03 수정 2015-11-02 18:04
프로야구 서울 히어로즈 구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도 네이밍 스폰서가 문제가 됐다. 히어로즈는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계약이 완료되면 2010년 2월부터 넥센 히어로즈로 불렸던 구단은 내년부터 ‘J트러스트 히어로즈’ 혹은 ‘JT 히어로즈’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대부업으로 돈을 번 일본기업에 사실상 국내 구단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이후 선수들과 프런트를 승계해 재창단한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어 팀 이름에 후원사를 넣는 네이밍 스폰서십을 도입했다. 2008년 출범 당시 담배회사인 ‘우리담배’와 첫 후원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결국 ‘우리담배’에서 ‘담배’라는 단어를 뺀 ‘우리 히어로즈’라는 구단명을 사용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른바 ‘선수 장사’로 구단을 운영해 또 한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구단의 몸값과 인기는 올라갔다. 박병호 손승락 등 스타 선수들이 탄생한 데 이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J트러스트 그룹이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후원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J트러스트 그룹은 배우 고소영이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약을 해지했던 바로 그 업체다. 그만큼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얘기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히어로즈의 계약 찬반에서 반대 의견이 64.0%로 찬성(11.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부분의 다른 구단들도 큰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야구는 1982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팬이 외면하는 순간 프로야구는 설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