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문제’, 물꼬 텄다지만 ‘법적 책임’ 등 난제 풀기 미지수

입력 2015-11-02 22:2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박옥선 할머니가 2일 경기도 광주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오는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 스스로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타결하겠다고 말했으니 전향적이라고 본다”면서 “조금 더 적극적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지만 일본 내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만나 일단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희망대로 위안부 문제가 올해 안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란 얘기다.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의 일본 정부 스탠스가 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진 소장은 “한국 측은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데 일본 측은 인도적 책임만 말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일본이 어떻게 질 것인지, 적어도 그와 가까운 형태로 나올 수 있을지 그게 가장 불투명한 부분”이라고 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도 “최악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안부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뒷문은 열어뒀다”고 평가하면서도 “(두 정상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자고 했으니 실무자들이 움직여 진전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했다.

한·일 양국은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사무차관이 내놓은 이른바 ‘사사에안’을 기초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담화를 발표한 뒤 주한 일본대사가 직접 피해자를 면담하고 사과하는 한편,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사에안에도 여전히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부분은 빠져 있어 당시 이명박정부가 거절한 바 있다. 지금도 우리 측은 사사에안보다 진전된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측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소장은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결국은 사사에안에서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한·일 간 입장차를 봉합하는 차원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와중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 나가겠다는 것 정도”라며 “결국 해법은 찾지 못했다. 의견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대화채널에서 진행 중인 위안부 협상을) 우리 측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마저도 일본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일본 측으로는 나름대로 성의 표시는 한 셈이다. (두 정상이) 언쟁을 벌여 불쾌하게 헤어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부연했다.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