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4곳에 대한 특허 심사 결과 발표를 눈앞에 두고 업체 간 ‘명분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를 내건 롯데면세점은 시장지배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앞세운다. 반면 신세계디에프, 두산, SK네트웍스는 새로운 업체의 참여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주장한다.
먼저 롯데면세점은 5년 내 글로벌 면세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만큼 서울 시내면세점 2곳(소공점·월드타워점)에 대한 특허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3위인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운영 전략인 ‘비전 2020’에서 밝힌 대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실제 면세업계는 직접 물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여서 몸집이 곧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듀프리(스위스)와 2위인 DFS(미국)가 최근 몇 년간 경쟁적으로 M&A에 나서 덩치를 키운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은 국내와 같은 시내면세점이 거의 없었지만 뒤늦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몰리는 도쿄 긴자점 8층에 소비세 외에도 관세, 주세 등을 면제해주는 시내면세점을 이르면 이달 중 개장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2일 “면세만큼 규모의 경제가 확실한 곳은 없다”며 “해외 고가 수입품 업체와의 상품 협상 과정에서도 규모가 클수록 협상력은 좋아지며, 이는 곧 영업이익률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은 4조2170억원으로 신라면세점(2조5375억원)의 1.6배였고, 공교롭게도 영업이익률 역시 각각 9.7%와 5.9%로 롯데가 신라의 1.6배로 나타났다. 글로벌 관광·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는 최근호에서 한국 면세 특허 심사를 다루면서 “전문적이고 영향력 있는 면세사업자가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특허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입성을 노리는 신세계디에프, 두산과 추가 면세점을 꾀하는 SK네트웍스는 구체적인 방안은 다르지만 국내 면세시장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신세계디에프는 올 들어 한·일 간 외국인 관광객 격차가 커지는 점을 근거로 “면세점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준호 신세계디에프 부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 역사 35년간 매출은 10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계속 한 점포가 도심을 책임지고 있다”며 “이제는 관광객 입장에서 새롭게 관광과 쇼핑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가 도심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우 두산 부사장도 간담회에서 “전혀 다른 콘셉트의 면세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패션·뷰티·컬처·푸드 등 다양한 국산 제품을 발굴하고 개발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출”이라고 설명했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쏠림 현상으로는 면세시장을 성장시킬 수 없다”며 동대문-워커힐을 잇는 동부권 관광 벨트를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특정업체에 쏠린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달 공청회에서 “면세시장은 2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라며 “선제적 시장 구조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몸집이 경쟁력” “쏠림 개선”… 시내면세점 명분싸움 격화
입력 2015-11-02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