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복이 내년에 바뀐다고 한다. 군복처럼 야외활동 때 주로 입는 기동복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근무복 소매와 근무모 앞부분에 사괘와 태극 문양을 새겨 애국심과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군은 올 8월부터 전 장병에게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토록 해 여론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이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제복을 바꿀 때마다 드는 예산이 적지 않을 텐데 경찰복은 창설 이래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내년에 바뀌면 여덟 번째다. 딱 두 번 바뀐 육군 군복과는 대조적이다. 11만 경찰의 애국심과 자긍심이 고취된다면야 제복 교체에 들어가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경찰을 보면 엉뚱한 곳에 헛돈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경찰청은 수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엔 17개 기관 중 13위를 기록했다. 경찰공무원 징계건수도 2013년 774건에서 지난해 834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관이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금까지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처럼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이 민중의 적이 된 경우는 주변에 허다하다.
제복은 명예와 신뢰의 상징이다. 미국은 ‘제복 공무원(MIU·men in uniform)’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남다르다. 대표적 MIU인 군인, 경찰관, 소방관은 항상 ‘가장 존경하는 직업’ 10위 안에 든다. 지난해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 조사에서 군인은 2위, 소방관은 3위, 경찰관은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 군과 경찰은 존경은커녕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군 역시 방산비리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국방부가 전군 간부를 대상으로 ‘반부패 청렴 순회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연 군과 경찰이 어깨에 태극기를 달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요즘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제복의 태극기
입력 2015-11-02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