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입정교회 박준우(42) 목사는 지난해 10월 17일 새벽 1시 베트남 달랏에서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외의료봉사를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던 중이었다.
“교회 건물이 화재로 소실됐다는 겁니다. 한국으로 바로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이었죠.”
입정교회 입당예배를 드린 지 1년 4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박 목사가 애정을 갖고 건축한 교회였기에 화재의 쓰라림은 더 컸다. 박 목사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한국 전통문화의 미를 살리기 위해 교회 건물을 한옥으로 건축했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교회 건물은 환경적으로도 쾌적했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난 화재로 건물 2채가 1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3억여원의 피해를 봤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재가 나고 며칠 뒤 큰딸(6)이 일주일간 폐렴으로 입원했다. 얼마 뒤엔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쯔쯔가무시라는 감염성 질환 판정을 받았다. 치사율이 40%나 됐기 때문에 산모와 뱃속 아기가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박 목사 가족은 힘들었던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건강하게 둘째 딸을 얻었다.
박 목사는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1년을 잘 보낼 수 있었다”며 “특히 지역 주민들이 잿더미로 변한 교회 청소를 함께 하면서 나와 가족, 성도들을 위로해줬다”고 고마워했다.
3대째 믿음생활을 이어가던 박 목사는 2009년 1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호헌 총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2003년부터 국제치유문화선교회(대표 박종렬 목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침술봉사를 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한 영혼이라도 주님께 인도하고자 사택에서 젊은이들과 공동체 생활도 했다.
대출로 받은 1000만원을 빠른 시일 내에 갚아야 하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박 목사는 나눔 사역만큼은 멈출 수 없다. 교회는 외부에서 들어온 후원금이나 농산물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모아 1년에 몇 차례씩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의 현지교회 3곳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박 목사 개인적으로 후원해 베트남에 집 4채도 지었다. 박 목사는 교회 혹은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을 모두 선교를 위해 사용한다. 그의 가족은 하나님이 주시는 ‘만나’로 하루하루를 믿음으로 살고 있다.
현재 교회 예배당과 다용도 목적으로 사용된 사랑채는 소실됐지만 화재 피해를 덜 입은 식당 건물에서 10여명의 청년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다. 박 목사는 “화재를 겪은 후 다음세대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다”면서 “지역 결손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야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를 위해 숙소를 병행할 수 있는 예배당 건축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박 목사는 “다음세대를 믿음으로 키우고 지역사회를 더욱 섬길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전북 완주 입정교회] 불에 타버린 교회… ‘결손 아동 공동체’ 소망도 무너져
입력 2015-11-02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