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역사 문제와 남중국해 분쟁 등 양국 간 첨예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묘한 신경전 속에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 간 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회담 직후 열린 3국 정상 만찬장에서 한국 측이 15분 정도 대기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일본 NHK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상당 부분을 과거사에 대한 중국의 의견 표명에 할애했다. 그는 최근 양국 관계 갈등 상황에 대해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한다”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는 정신에 입각해 양국 간 정치적 관계에서의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아베 총리에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2차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에 근거해 평화발전의 길과 ‘전수방어’ 정책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석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남중국해 문제 등) 중·일 관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그 내용은 서로 공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고 NHK는 전했다.
리 총리는 큰 방향의 올바른 설정, 민감한 문제의 적절한 처리·통제, 상호신뢰 증진, 실질적 교류협력 심화 등 4가지 제안을 통해 양국 관계에 긍정적 동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 역시 “일·중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내 확고한 신념”이라는 뜻을 리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두 정상은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과 높은 수준의 경제 협의를 내년에 재개하기로 동의했다. 양국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해상 연락 메커니즘의 조기 운용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 관계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문제 등으로 2012년 이후 장기간 경색됐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지난해 11월 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정건희 기자
[한·중·일 정상회의] 中 “민감한 문제 적절하게 처리해야” 日 “남중국해 문제 등 솔직한 의견 교환”
입력 2015-11-02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