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으로 승객 위협한 택시기사에 ‘협박죄’

입력 2015-11-02 00:36
난폭운전으로 승객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면 이를 차량을 이용한 협박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난폭운전 차량의 동승자까지 협박 대상으로 인정한 판결은 처음이다.

택시기사 김모(40)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7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이모(42)씨를 태우고 강북 방향으로 향하던 중 이씨가 “빨리 가 달라”고 하자 화가 났다. 그는 급히 속도를 올리고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앞서 가던 차량 뒤에 붙어 불쑥 속도를 줄이는 등의 난폭운전을 했다. 겁에 질린 이씨가 “천천히 가 달라”고 하자 김씨는 속도를 급격히 줄여 운행하다가 갑자기 반포대교 북단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이씨를 끌어내 때리던 김씨는 이씨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승객이 운전 중 나를 폭행했다”는 억지를 부리며 허위 진술을 반복하기도 했다.

검찰은 폭행과 무고 혐의를 확인해 김씨를 구속하고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승객이 위험을 느끼게 한 난폭운전에도 죄를 물을 수 있는지 검토했다. 검찰은 김씨의 행위가 택시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협박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9월 헌법재판소가 폭처법상 협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혐의는 형법상 특수협박으로 바뀌었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나상훈 판사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나 판사는 “뒷좌석에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난폭운전 때문에 신체에 위험을 느낀 점에 비춰보면 택시를 위험하게 운전한 행위는 특수협박죄상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승객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무고한 죄질이 나쁘고 승객을 폭행한 전과가 여럿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