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朴 “3국 기업협력 아직 미생… 비 온 후 땅 굳는다”

입력 2015-11-02 00:31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1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1시간27분간 진행됐다. 당초 회의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예정돼 있었지만, 오후 2시3분에 시작해 3시30분에 끝난 것. 예정보다 33분 일찍 끝난 셈이다.

회의는 세 정상이 남중국해 분쟁이나 과거사 등 양자 간 갈등 현안을 피하면서 논쟁도 없이 조기 종료됐다. 청와대는 “회의는 매우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실질협력 강화에 공감을 두면서 진행됐다”며 “특정 쟁점 사안을 두고 논쟁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 정상은 1세션에서 ‘3국 협력현황 평가 및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주요 지역 및 국제 정세’를 주제로 2세션을 진행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나섰고, 아베 총리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리 총리도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붉은색 재킷과 회색 바지 차림으로, 리 총리는 검은색 정장, 아베 총리는 남색 정장 차림으로 회의에 임했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시작하자 아베 총리는 두 손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경청했다. 아베 총리가 “우리 세 정상부터 정치적인 모멘텀, 추진력을 부여하면서 3국 협력의 새로운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하자 박 대통령이 메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념촬영 등 사전행사에서 밝은 얼굴로 환담을 나눴던 세 정상은 회의에 들어서자 표정변화 없이 엄숙하게 임했다.

세 정상은 공동기자회견 이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행사는 2009년부터 3국 경제단체가 3국 정상회의에 연계해 개최해 왔다. 이번에는 3국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국 공통 문화자산인 바둑을 소재로 한 것”이라며 TV드라마 ‘미생’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세계 500개 기업에 3국 기업이 169곳일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지만, 3국 기업 간 협력은 아직 미생에 가깝다”며 “오늘 만남을 계기로 3국 경제가 동북아 경제공동체라는 진정한 완생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비빔밥 화합론’을 설파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저에게 만찬으로 비빔밥을 마련해 주신다고 했다. 비빔밥 안의 여러 재료를 섞어서 먹는 것처럼 우리가 공생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려는 것”이라며 3국 기업인의 화합을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도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 아베 신조라고 합니다”라고 인사해 박수를 받았다.

세 정상은 환영만찬에도 참석해 공조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비온 후 땅이 굳는다’는 격언은 3국에서 비슷하게 쓰인다”며 “우리의 공동 노력으로 3국 간 신뢰와 협력의 관행을 비온 뒤의 땅처럼 굳게 만들 수 있다. 이견이 있다 해도 진정성으로 해결하면서 공동의 도전에 단합된 힘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3국 전통 회화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선보였다. 이어 3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특별합창단이 청사초롱을 들고 ‘도라지타령’과 ‘모리화’, ‘후루사토’ 등 한·중·일의 대표곡을 선보였다. 만찬 메뉴는 비빔밥과 초밥, 딤섬이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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