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피랍 70대 한국인 사망 확인

입력 2015-11-02 00:38
지난 1월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이슬람 반군세력 ‘아부샤아프’에 의해 납치됐던 한국인 홍모(74)씨가 10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홍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필리핀 민다나오 삼보앙가시에서 발견됐다”며 “현재 필리핀 당국과 가족이 확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GMA방송은 31일 오후 10시30분쯤(현지시간) 이 도시 파티쿨 마을 도로에서 홍씨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필리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아부샤아프가 홍씨 몸값으로 처음 5억 패소(121억여원)를 요구했다가 홍씨가 병에 걸려 허약해지자 요구 금액을 대폭 낮췄다고 전했다. 필리핀 당국은 홍씨 몸에 총상 같은 외상은 없다며 장기간 납치된 상황에서 질병으로 사망하자 범인들이 시신을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이 일부 부패한 점을 감안하면 3∼5일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과 필리핀 경찰은 육안으로 최종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해 DNA 검사를 할 예정이다.

아부샤아프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필리핀 내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다. 지난 1월 24일 경찰복 차림에 총기로 무장한 채 삼보앙가 인근 소도시 수라비아의 홍씨 아들 집에 들이닥친 이들은 한국인 일가족 5명을 납치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홍씨만 차에 태워 달아났다. 홍씨는 아들 집에 잠시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후 괴한들은 몸값을 요구했으며 필리핀 경찰이 석방교섭을 벌여 왔다.

범인들은 납치 한 달 뒤인 2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피랍된 홍씨의 사진과 함께 몸값으로 5억 페소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사진 속 홍씨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민다나오섬 일대는 필리핀의 대표적 치안 부재 지역이다. 여러 무장 조직이 이 지역에 산악지대가 많다는 지리적 이점을 등에 업고 납치, 살해 등을 일삼고 있다.

한국 외교부가 올해 1월 이 지역에 특별여행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민다나오 지역에 사는 한국 교민은 은퇴 이민자, 자영업자 등 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