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인 영덕에 원전은 죽어도 안된다.”
“원전 유치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법적효력이 없는 주민투표는 원천 무효다. 외부세력은 나가달라.”
1일 오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주민·단체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경북 영덕군의 분위기는 잔뜩 찌푸린 날씨처럼 무거웠다.
버스터미널 네거리와 읍사무소 주변 등 읍내 곳곳에는 원전유치와 관련, 찬반 목소리를 내는 현수막들이 즐비했고 주민들 표정도 한결같이 어두워보였다. 투표 열흘을 앞두고 읍내 곳곳에는 ‘주민투표 참여하자', ‘불·탈법인 투표에 동참하지 말라'는 등 찬반 플래카드 200여개가 나붙었다.
반핵단체인 영덕핵발전소반대 범 군민연대는 “찬반투표는 원전유치를 주민 스스로 결정짓기 위해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민주적인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전 유치를 찬성하는 영덕군발전위원회는 “법적 효력 없는 주민투표는 자체가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군민 이종호(50·상업)씨는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만 투표하면 공정성 문제로 또다시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며 “인구감소를 막고 지역발전을 위해 현재로서는 원전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현지 주민보다 더 많은 외부 세력들이 집결해 지역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덕군 관계자는 “원전 건설 자체가 주민들의 자발적 의사를 통해 결정한 사안인데도 일부 반대단체가 법적 효력도 없는 주민투표를 내세우며 원전 반대 여론몰이를 위해 갈수록 많은 외부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2년 9월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노물리 일대가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고 2026∼2027년에 원전 2기를 건설키로 확정한 상태다.
주민들은 “영덕군이 눈치만 볼 게 아니라 확실한 대안을 갖고 외부세력이 아닌 주민들 의견만 모으는 게 필요하다”며 “이대로 질질 끌려가게 되면 제2의 제주 강정마을 사태로 번질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영덕=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11∼12일 찬·반 투표 현지 르포] 반핵단체 주도 원전투표… 두 동강 난 영덕
입력 2015-11-01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