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朴 ‘원칙대로’ 리 ‘직설화법’ 아베 “…”

입력 2015-11-02 00:30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저녁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중·일 정상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단련 회장, 장쩡웨이 중국 CCIPIT 회장.청와대사진기자단

모처럼 만난 한·중·일 3국 정상은 1일 정상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복잡한 현안에 대한 각자의 특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3국 협력의 ‘원칙’을 강조했다. 정상회의를 주도한 의장국 수장으로서 양측을 배려하면서도 일희일비 없이 원칙대로 접근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일본을 겨냥한 직설적 화법으로 역사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정상회의 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함구해 대조를 이뤘다. 이른바 ‘3인3색(三人三色)’인 셈이다.

◇박 대통령, 절제 속 ‘원칙’ 강조=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임을 감안한 듯 절제된 톤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우선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틀인 우리 3국 간에 협력 체제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외교적 노력 끝에 3국 협력 복원이 이뤄져 의장국으로서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과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한·중·일 정상 간 견해차가 있는 부분보다는 공감대를 강조하는 데 힘을 쏟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고 말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긴 했지만 이 자리는 3자 회의인 만큼 위안부 등 양자 간 민감한 이슈를 거론을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총리, 일본 겨냥 직설화법=리커창 총리는 완곡한 어법을 쓴 박 대통령과 달리 일본을 겨냥해 직설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리 총리는 “중국 측은 중·한·일 협력을 중시하고 중·한, 중·일 관계 또한 중시한다. 언제나 선린우호 정신에 따라 3국 협력을 추진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모두 다 아는 이유로 3국 협력 프로세스가 지난 3년간 방해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특히 “올해는 세계 반(反)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이라며 “올해 같은 중요한 해에 우리는 세계에 확고부동하게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길, 평화발전의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갈 것을 재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항일(抗日)’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피했지만 역시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또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 등을 타당하게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고 확언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 구체적 언급 회피 속 납북자 거론=아베 총리는 차기 회의 의장국임을 3국 정상회의의 정상화에 무게를 뒀다. 그는 “오늘 논의를 출발점으로 내년 정상회의에서 결실이 많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박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3년반 만에 3국 정상회의가 열린 건 3국 및 지역에 있어 획기적인 것”이라며 “3국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긴밀한 관계이며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3년간 3국 회의가 중단됐던 점을 염두에 둔 듯 “일본과 한국, 중국은 서로 이웃나라다.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의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에 9·19 공동성명 준수와 비핵화를 촉구하면서도 북한과 관련해 일본으로선 가장 중요한 과제인 납치 문제 해결을 해야 하고 한·중 두 정상이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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