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만남에 의미?… 朴·아베 11월 2일 눈높이 얼마나 맞출까

입력 2015-11-01 21:17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집권 후 처음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과거사 문제에 발목을 잡혀 이뤄지지 못했던 정상외교가 3년6개월여 만에 복원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한·일 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등 참석차 1일 오전 정부 전용기편으로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을 출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에 (박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열게 된 만큼 의미 있는 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2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방한한 건 1차 아베내각 때였던 2006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9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게 됨에 따라 3년 넘게 지속됐던 비정상적 양국관계는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수순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답보 상태인 데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논란이라는 불안 요소가 새로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을 준비하면서도 우리 측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주장하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 논란도 복병이다. 앞서 지난 4월 미·일 양국이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승인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일 양측은 이를 존중하는 듯했지만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최근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만약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다면 박 대통령은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진출할 때도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표명할 것으로 보이나,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우리 헌법과 달리 국제법상으로는 북한 또한 엄연한 주권국가인 데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북·일 간 현안도 산적해 일본이 북한 정권을 공식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주로 했다”면서 “(군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을 놓고 논의하고 담판을 짓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