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1일 1시간50분가량 회담했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의 거의 배였다. 청와대 관계자가 “영어로 말하자면 (박 대통령과 리 총리의) ‘케미스트리(chemistry·화학 반응)’가 맞았다”고 전할 만큼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 리 총리는 2013년 3월 취임 후 처음 방한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회담 시작부터 남다른 친밀감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제가 올해 시진핑(習近平) 주석님과 리 총리님, 그리고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님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을 모두 만났다”며 “최고위급 지도자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자 리 총리도 “이번 방문을 통해 중·한 양국의 각 분야를 새로운 관계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특히 “중·한 각 영역의 협력을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백척의 장대 끝에 서서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이미 성취한 경지에 만족하지 말고 더 노력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만찬도 함께했다. 리 총리는 첫 한국 방문 소감을 “이웃집에 마실 나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중국의 반관영 통신사인 중신사(中新社)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리 총리는 방한 전날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자신의 고향인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를 찾아 농가와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어 다음날 베이징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 총리는 박 대통령이 이런 일정을 언급하며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한국에 온 게 마치 이웃집에 마실 가서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친밀감이 있어서인지 매우 유쾌하다”고 답한 것이다. 리 총리는 또 메르켈 총리의 안부 인사를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리 총리와 산책을 하면서 “내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박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한·중·일 정상회의] 청와대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리커창 “이웃집서 수다떠는 것 같았다”
입력 2015-11-01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