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과거사·남중국해 ‘민감 현안’ 제외… 북핵 등 집중 논의

입력 2015-11-01 22:06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 전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31일 청와대 한·중 정상회담은 ‘역대 최상’인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공조를 비롯해 양자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를 집중 논의했다. 한·중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선 최대한 언급을 피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우선 양국 간 대북공조를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직후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차 방북했다. 북·중 관계가 회복되는 시기에도 한·중은 정상급 접촉을 멈추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도 면담을 가지는 등 최근 5개월간 중국 권력서열 1∼3위 지도자를 모두 만났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류 상무위원 방북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북핵 및 한반도 통일문제 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류 상무위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사후 설명(디브리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안정·비핵화 및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견지한다”며 “관련국이 함께 노력해 (한)반도 정세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중 간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중 대 일본의 대립구도로 비칠 수 있는 과거사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리 총리가 중국 권력구조상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어 민감한 이슈는 꺼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우리 측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방미 당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정책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선 자극받을 만한 대목이었지만, 리 총리는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밀월 관계’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역시 중국 편이라는 식의 ‘중국 경사론’을 다시 제기하려는 의도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