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객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집트와 러시아 양측 모두 이를 부인했다. 이집트 당국은 사고기 잔해에서 블랙박스를 수습해 분석에 들어갔다.
사고기는 이날 오전 이집트의 홍해변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떠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이륙 23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시나이 반도 북부 하사나 인근 산간지대에 추락했다.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 등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으며 탑승객의 국적은 221명이 러시아인 나머지 3명은 우크라이나인으로 확인됐다.
이집트 총리실이 “사고기의 꼬리 부분에서 블랙박스 2개를 회수해 전문가 분석을 의뢰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블랙박스 분석이 향후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문가를 현지로 급파해 사고 조사 참여를 지시했고, 이집트 정부도 조사위원회에 러시아 전문가를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당국은 “초기 조사결과 기술적 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엔 사고기 기장이 이륙 후 기술적인 문제를 보고하며 비상착륙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당국은 여객기에서 SOS 신호나 이상 징후는 없었다며 발표를 뒤집었다. 영국 가디언은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주 사고기의 승무원이 ‘엔진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등 기체 결함에 대한 애로사항을 공항 엔지니어에게 수차례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IS 이집트지부는 이날 오후 연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들이 사고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글과 영상을 게시했다. 이들은 “오늘 여객기 격추는 러시아가 무슬림과 IS에 보인 적의, 특히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라면서 “러시아 여객기의 ‘십자군’을 모두 죽였다”고 주장했다. 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해 검은 연기를 내며 추락하는 영상도 함께 올렸지만 사고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IS의 격추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일부 언론매체들이 사고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고 주장했다. 셰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블랙박스 분석이 완료될 때까지 사고 원인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테러나 격추와 같은) ‘비정상적 활동’이 배후에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사고기의 추락지점은 IS 이집트지부인 시나 윌라야트(시나이 지방이라는 뜻)의 근거지인 엘아리시에서 중부내륙 쪽으로 50∼70㎞ 떨어져 있다. 시나 윌라야트의 군사력이나 무기 수준, 세력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린 그들의 홍보 영상과 사진 등에 비춰볼 때 상당수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러 여객기 추락 전원사망… IS 보복테러? 기계결함?
입력 2015-11-01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