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지정한 ‘폐경의 달’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전국 각 병원에서 ‘폐경기 여성건강’을 주제로 공개강좌가 잇달아 개최된다.
폐경기는 개인에 따라 찾아오는 시기가 일정치 않으나, 보통 50세 전후에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의 발달과 평균 수명 연장으로 폐경이 된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30여 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폐경기 증후군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안면홍조, 폐경기의 전형적인 증상=폐경이 다가오거나 폐경이 되면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안면홍조이다. 얼굴이나 목, 상체에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면서 달아오르는 현상이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는 “따뜻한 환경이나 긴장 등 자극을 받게 되는 경우 더 심하게 느껴진다.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나 한기가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안면홍조가 밤에 심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만성피로와 집중력 저하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감과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신경질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지는 것도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초래하는 정신·신체 이상 증상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질이나 요도와 같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비뇨생식기관도 위축된다. 이 때문에 질 분비물이 감소하고 성관계 시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노인성 질염과 같은 위축성 질환을 겪기도 한다. 빈뇨, 야간뇨, 절박뇨, 요실금 등의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변화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발병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골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과 이로 인한 골절상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호르몬치료로 폐경기 삶의 질 향상 기대=폐경기 증후군은 배란을 하는 난소가 폐경과 더불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 역시 줄어들게 됨에 따라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이상 증상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각종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단,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경우에 따라 오심, 구토,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유방 통증과 복부 팽만감, 몸이 붓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때 미국에서의 임상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과 뇌졸중 발병위험을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적어도 폐경 이행기 초기 5년간은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정리된 상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는 비(非)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저용량 호르몬 치료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심뇌혈관질환 발병위험이 높고 고지혈증도 가진 여성은 고지혈증 치료제를 사용하고,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있는 여성은 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에 대한 치료와 함께 저용량 아스피린 치료가 권장된다. 물론 뼈의 소실이 심한 여성은 골다공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폐경기 여성에 대한 배우자와 자녀의 이해와 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폐경기는 여성에게 급격한 변화가 휘몰아치는 또 다른 질풍노도의 시기와 같기 때문이다.
동탄제일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원장은 “폐경 이행기 여성 자신은 물론 가족의 올바른 이해가 폐경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약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노년 여성 삶의 질 폐경기 극복에 달렸다
입력 2015-11-02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