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 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악성 위출구 폐쇄’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새 스텐트(금속성 그물망)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협(사진) 교수팀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 등 5개 병원 의료진과 함께 악성 위출구 폐쇄증을 막는데 효과적인 ‘웨이브’(WAVE)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악성 위출구 폐쇄란 암이 위 출구를 침범해 음식물이 넘어가는 장관이 좁아지고(협착) 막혀서(폐쇄) 영양공급 및 소화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위·식도암 등 소화기관 암 환자들이 흔히 겪는 합병증이다. 내시경을 이용, 막히거나 좁아진 장관 부위에 스텐트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예방한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웨이브는 자가 팽창형 금속성 스텐트(SEMS)의 일종이다. SEMS에는 피막(皮膜)형과 비(非)피막형이 있다. 피막형은 겉을 싸는 막이 있어 암이 스텐트를 침범하기 어려운 반면 스텐트를 고정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또 비피막형은 스텐트를 고정시키기가 쉽지만 방어막이 없어 암세포 공격에 쉽게 뚫린다.
웨이브는 이런 피막형과 비피막형의 단점을 모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스텐트가 쉽게 고정되도록 양쪽 끝을 피막이 없는 나팔 형태로 만들었으며, 암세포가 침범하지 못하게 피막을 입혔다.
이 교수팀은 위출구 폐쇄증 암 환자 102명을 각 51명씩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실험군에는 웨이브를, 대조군에는 비피막형 SEMS를 시술한 후 16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의 스텐트 개통률(68.6%)이 대조군(41.2%)보다 27.4% 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시술 후 스텐트의 재협착(막힘)률은 실험군(7.1%)이 대조군(37.7%)보다 대폭 낮게 측정됐다. 재시술 빈도도 실험군(14.3%)이 대조군(37.8%)보다 낮았다.
연구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가스트로엔테롤로지’(AJG)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암환자 ‘악성 위출구 폐쇄’ 위험 방지 새 스텐트 ‘웨이브’ 국내 의료진이 개발
입력 2015-11-02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