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기구’가 별 소득 없이 지난 30일 활동을 종료했다. 이른바 ‘용돈연금’을 좀 올려보자는 논의는 또 뒤로 늦춰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각종 불합리성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개선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올해 사회복지 최대 현안인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이 이렇게 진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5개월여 뒤로 다가온 총선이다. 어떤 계층에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정부·여당의 ‘표심 의식’이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을 붙들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대체율 결론 못내=국회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는 지난 4∼5월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탄생했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수령액이 훨씬 적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는 게 핵심 쟁점이었다. 저소득 근로자 등 꼬박꼬박 연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논의키로 했었다.
그러나 사회적기구는 저소득 청년 취업자 보험료 지원 등에만 일부 합의했을 뿐 소득대체율 상향,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선 상향 등 굵직한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회적기구의 ‘소득대체율 분과위원회’는 30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보험료 인상에 따라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데 한계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다수 연금 전문가들이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한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선 상향 문제도 흐지부지됐다. 소득상한선을 올리면 고소득자뿐 아니라 모든 가입자의 연금이 오르는 효과가 생긴다. 사회적기구에서도 상한선을 현재 월 421만원에서 511만원이나 560만원, 혹은 근로자 중위임금의 3.5배인 650만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인상의 효과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추가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제출한 보고서에서 “당장 인상하는 건 곤란하고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때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의 정용건 위원장은 1일 “소득상한을 올리는 것까지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도 지지부진=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획기적인 개선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1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미루겠다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여론이 반발하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체를 꾸려 이를 다시 논의했다. 당정협의체는 지난 7월 활동을 마쳤지만 복지부는 시뮬레이션이 더 필요하다며 개선안 발표를 미루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에도 “소득이 낮은데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 정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선거 직전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집단이 발생해 정부·여당이 크게 손대지 않고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정협의체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조금씩 개선을 해서는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쌓여 있어 집행하는 쪽 부담이 엄청 커진 상황”라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했을 때 반향이 너무 크므로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역시나… 총선에 발목잡힌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
입력 2015-11-01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