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집단대출 부실 막아라”… 당국, 눈 부릅떴다

입력 2015-11-01 21:35

부동산 경기가 꿈틀거리면서 금융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증가로 집단대출이 급등하자 가계부채 부실의 폭탄이 될까 선제적 점검에 돌입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집단대출 검사에 나섰다. 지난 28일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에 대한 부분 검사에 들어갔다. 검사가 끝나면 다른 시중은행과 일부 지방은행까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집단대출이 급증하는 만큼 혹시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펴보려는 취지”라며 “대출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 시 시공사 등 보증으로 중도금 및 잔금을 분양가의 60∼70%까지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지 않고, 개별 심사 없이 한꺼번에 시공사와 은행이 금리를 협상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낮다. 은행 입장에서도 주택금융공사, 도시주택공사 등 공기업 보증과 건설사 연대보증을 받기 때문에 떼일 위험이 낮은 상품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집단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현재 72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 달 사이에만 약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단속할 경우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집단대출은 2∼3년 뒤 계약자들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에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대량 부실이 생길 수 있다. 2007년에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분양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집단대출이 급증했다. 이후 입주 시점에 집값이 하락하자 계약자들이 분양가격 조정을 요구하며 입주를 거부해 분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은행 집단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2013년 2월 집단대출 연체율은 1.98%에 달했다.

은행 일각에서도 건설사에 대한 대출마저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들이 잘나간다고 하지만 분양이 잘된다고 다 건설사 영업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며 “2∼3년 뒤 입주가 완료돼야 하는데, 상황에 변동이 생겨서 입주자들이 못 들어가겠다고 나서면 그대로 다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는 지난 8월 말 현재 378조604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365조5796억원)보다 13조원 넘게 늘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만 놓고 봐도 지난 29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338조1616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원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은행에 가계대출 시 채무상환능력 심사 강화를 요구하고, 고정·분할상환 대출 확대를 지시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