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회사를 중심으로 인사 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고, 일부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이미 사업이전 및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전화 분야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는 ‘인력 재배치’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전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계열사에서는 5∼6년차 부장들이 강한 퇴직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1일 “과거처럼 일괄적인 구조조정은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고참급 부장을 중심으로 개별 면담 등을 통해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특히 실적이 좋지 않은 IM(IT·모바일) 분야 인력에 구조조정 칼끝이 향하고 있다. 최근 IM 영업부문 부장 3명을 한꺼번에 보직 해임해 한 부서에 모아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모두 회사를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삼성물산도 지난달부터 통합 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희망퇴직 대상은 부장급 이상이다. 삼성SDI는 그룹의 감사가 끝나는 대로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휴대전화 사업이 고전 중인 LG전자도 끊임없이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을 실시한다는 구체적인 통보는 없지만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구성원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미 지원부문 인력을 현업에 재배치하고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부문 일부 인력을 자동차부품(VC) 부문으로 이동하는 인력 재배치를 진행했다. 특히 11월 한 달간 그룹 계열사별 업적보고회가 예정돼 있어 이후 구체적인 실적평가에 따른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임원을 30% 정도 줄였고, 현재 근속 20년이 넘은 부장급 직원 300∼4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전체 사무직의 15%인 1500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삼성중공업도 상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연말 실적이 확정될 경우 조선업계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말 대규모 임원진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8월 실적부진을 겪은 중국 현대·기아차 법인장을 모두 교체해 전열을 정비했다. 하지만 국내외 실적부진을 이유로 세대교체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첫 정기인사를 맞이하는 SK그룹도 큰 변화가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초 그룹의 주력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 C&C, SK네트웍스까지 모두 사장이 바뀌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직 쇄신 차원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용택 유성열 기자 nyt@kmib.co.kr
연말 인사 칼바람… 대기업 ‘덜덜’
입력 2015-11-01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