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협력’ 큰 틀 합의했지만… ‘역사 문제’ 온도차

입력 2015-11-01 21:23 수정 2015-11-01 21:30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 마련된 삼각형 테이블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일 배석자들과 함께 안건을 토론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년반 만에 재개된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 평화협력의 중요성을 집중 강조했다. 세 정상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향후 동북아 협력 틀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중·일 정상은 이번 회의 의미와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상황 등을 놓고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정치·안보 측면의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을 전제하면서도 이번 회의가 ‘3국 협력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3국 간 정치적 협력의 첫걸음’에 의미를 부여한 반면 리 총리는 ‘역사 등 민감한 문제 처리가 3국 협력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동북아평화협력 공동선언 채택=이번 회의에서 세 정상은 ‘동북아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채택을 통해 3국 협력의 완전한 복원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과 5개항의 본문으로 구성된 공동선언은 역사직시 및 미래지향 정신에 입각해 양자관계 개선 및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정치안보적으로는 갈등이 병존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또 앞으로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3국 협력 사무국(TCS) 역량도 강화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2010년 회의에서 3국 간 경제통합 가속화 등을 담은 ‘3국 협력 비전 2020’을 채택한 사실을 언급한 뒤 “그 목표시점인 2020년까지 중간지점에 온 만큼 3국 공동번영의 로드맵인 비전 2020 정신을 되새기고 3국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협력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선언에는 이와 함께 북핵 및 한반도 정세와 관련, 3국의 공동 대외메시지가 함께 실렸으며, 박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개발은행(NEADB) 설립 구상에 대해 중·일 양국 정상이 주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공동선언에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핵심요소인 평화, 협력, 신뢰, 번영 등이 5대 협력 분야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모두발언 통한 정상들 온도차=박 대통령은 우선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동북아에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지만 정치·안보 측면의 갈등과 반목을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해 무한한 협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을 정상화해서 협력의 장애물과 도전요소를 함께 극복하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 동북아에서 평화와 협력의 질서를 세워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리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역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역사’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불행히도 우리는 이렇게 가까운 세 나라인데 일부 국가들 간에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3국)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 옛말에는 ‘길을 걷지 않으면 도착하지 못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한 뒤 “정치적인 상호신뢰를 증진시켜 3국 협력체제가 다시 번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일·한·중 정상회의의 조기개최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이번에 박 대통령이 주도해 3년 반 만에 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을 정말 좋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3국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큰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차원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세 정상부터 (3국 정상회의에) 정치적인 모멘텀, 추진력을 부여하면서 3국 협력의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