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의 자동운전(자율주행) 실험이 지난 30일 오전 8시30분 도쿄 도심 수도고속도로(한국의 내부순환로)에서 진행됐다. 통제된 도로가 아닌 출근시간대 일반 도심고속도로였다. 한국 기자들이 탑승한 실험차량은 자동운전 시스템을 장착한 도요타 렉서스 하이브리드차인 GS450h다.
차량이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 일본인 운전자가 자동운전 버튼을 누르고 핸들을 잡은 손과 액셀에 놓인 발을 뗐다. 자동차는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우측 깜빡이를 켜더니 고속도로 본선 1차로에 진입했다. 운전석 대시보드에는 주변 상황을 표시해주는 화면이 켜져 있다. 차량 앞뒤 범퍼 등에 장착된 6개의 고성능 센서를 통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 등 주변 상황이 표시됐다.
‘사고가 날 것 같다’는 특별한 위험상황은 없었다. 안전 운전하는 모범 운전자 차량을 탄 느낌이었다. 금요일 출근시간이었지만 평소보다 교통량이 적어 정체 구간은 없었다. 자동운전 차량은 대부분 1차로를 따라 정속주행(제한속도 80㎞) 했다. 가끔씩 옆 차로 화물차들이 추월할 때 긴장감이 느껴졌으나 위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자동운전 차량은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자 저절로 속도를 줄여 간격을 유지했고, 커브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이면서 부드럽게 주행했다. 도심고속도로 8㎞를 10분 정도 달린 자동차는 다시 우회전 깜빡이를 넣고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했고, 진출램프로 빠져나와 톨게이트 앞에 정차했다.
시험 주행은 안전하게 종료됐다. 다만 실험이 실시된 고속도로 구간은 사전에 도로 상황을 충분히 조사한 곳이어서 완전한 고속도로 자율주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구츠마키 세이고 안전기술담당 부장은 “일반도로는 고속도로보다 변수가 10배 정도 많다”며 “일반도로 자동운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고성능 레이서 센서 등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인식 기술, 자동차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고성능 지도, 상황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세 가지가 핵심이다. 이 중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개발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자동화 수준을 1∼4단계로 분류한다. 4단계가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인데,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도요타의 자동운전 실험이나 벤츠, 아우디, BMW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현재 개발·시험 중인 자율주행 기술은 3단계 초기 기술 정도로 평가된다. 3단계는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자동으로 운전하고, 운전자는 돌발 상황에 개입하는 단계다. 현대·기아차도 자율주행 초기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을 연말 출시될 신형 에쿠스에 처음 적용할 방침이다. 2007년부터 자동운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도요타는 2020년까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자동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개발이 목표다.
도쿄=남도영 기자
“모범 운전자車 탄 기분이었다”… 日 도요타 자율주행車 도심 고속도 실험 탑승기
입력 2015-11-01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