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 평준화 정책 탓 자율성 잃고 정체성 왜곡”… 경신학원 130주년 세미나

입력 2015-11-01 19:00 수정 2015-11-01 20:47
경신학원 13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린 지난 27일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이 ‘한국 기독교학교 130년의 회고와 미래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경신학원 제공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한국 최초 근대식 교육기관인 경신학원(경신중·고교)은 개교 130주년을 맞아 무너져가는 한국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국 기독교학교 130년의 회고와 미래과제’ 세미나에서 “정부의 고교평준화 정책이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사립학교가 자율성을 상실하게 됐고 기독교학교 역시 본래의 건학이념대로 교육할 수 없는 명목상 ‘종교계 사립학교’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정부가 1974년부터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했다. 박 소장은 “평준화 정책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 학교 선택의 자유,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요즘 발생하는 종교교육 관련 갈등의 대부분은 정부의 평준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사립학교 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사립학교 비중은 전체 학교의 41.6%에 달한다”며 “우리나라는 사립학교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평준화에서 사립학교를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4년 평준화 정책을 추진했던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은 저서 ‘한국교육의 개혁과 진로’에서 “사립학교는 평준화에서 제외하려 했지만 사립학교 수가 공립학교 수보다 훨씬 많아 제외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박 소장은 기독교학교들도 정체성 회복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독교학교가 단순히 학교에 교목을 둬 예배를 드리는 것을 넘어 전 교과목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신앙과 연계돼야 생명력이 생기고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며 “이렇게 하면 학업 성취도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 간 인격적 관계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소장은 “예수님과 12제자의 관계처럼 교사와 학생은 ‘나와 너’의 2인칭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나와 그’의 3인칭 관계는 지식을 전수할 수는 있어도 삶을 변화시키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경신학교는 개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기념 음악회를 개최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남가주경신코랄 합창단과 팝페라 가수 이경오씨 등이 무대를 꾸몄다.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