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왕조는 없었다.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지난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대 2로 승리하며 시리즈전적 4승1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3위팀 두산은 위기 때마다 특유의 ‘화수분 야구’와 ‘뚝심 야구’를 선보이며 14년 만에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화수분 야구의 정점 ‘1990 트리오’=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힘은 화수분 야구에 있다. 화수분 야구는 기존 선수가 이탈해도 이를 대체할 선수가 끊이지 않고 나오면서 생긴 두산의 트레이드마크다.
실제로 두산은 어떤 선수가 떠나더라도 내부 자원 육성을 통한 전력 보강이 꾸준히 이뤄졌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신고 선수 김현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큰 것도, 불펜에 머물던 유희관이 선발 투수로 기량을 꽃피운 것도 두산의 화수분 야구 덕이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1990년생 트리오 정수빈, 허경민, 박건우는 화수분 야구의 위력을 보여줬다.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 멤버로 이듬해 나란히 고졸 신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들은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정수빈은 1차전 번트를 시도하다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지만 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571(14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두산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시즌 타율 3할대(0.317)를 기록한 허경민은 가을야구의 역사를 썼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23개)을 갈아 치웠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474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박건우도 주어진 기회에서 적시타를 잇따라 터뜨리는 등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팀 두산’ 만든 김태형 감독의 뚝심=사실 지난 시즌 6위에 그친 두산에게 우승을 기대한 사람은 몇 안 됐다. 더구나 올 시즌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에게 팬들은 기대보다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내기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와 코치로 두산에서 활약했던 만큼 누구보다 팀컬러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감독 선임과 동시에 “응집력 있는 팀 색깔을 되찾겠다”고 밝혔던 그의 포부는 현실이 됐다. 초보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한 건 김 감독이 역대 4번째다. 그는 ‘자율야구’와 ‘공격야구’로 ‘팀 두산’의 모습을 만들어 나갔고 뚝심 있게 선수를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 정규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더스틴 니퍼트는 3승 평균자책점 0.56으로 가을야구 최고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으면서 부담은 없었다. 내 야구, 두산다운 야구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한국시리즈] 화수분, 두산… 두산, 삼성 꺾고 14년만에 정상
입력 2015-11-01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