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미납… 신용불량자 될 수도” 노인·주부 상대 24억 뜯은 전화사기단

입력 2015-11-01 21:12
통신업체, 영어교재 판매업체 등 폐업한 회사의 고객정보를 사들인 뒤 “연회비가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전화를 걸어 1600여명에게 24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주로 노인과 주부 등이 피해를 입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고모(37) 이모(54·여)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33개 위장사업장을 설립해 지난해 3월부터 1657명에게 24억4000만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 등은 별정통신·영어교재판매업 등 폐업한 회사 4곳의 개인정보 3만여건을 사들였다. 인터넷을 통해 주부·취업준비생 등을 ‘텔레마케터’로 고용했다. 텔레마케터는 폐업한 회사의 옛 회원들에게 전화해 “미납 가입·연회비를 결제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며 겁을 주고 “미납대금 300만원 중 165만6000원만 결제하면 전액 완납 처리해주겠다”고 꼬드겼다.

피해자는 회원 가입 사실과 미납금 존재 여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과 주부가 많았다. 이들은 미납금을 깎아준다는 제안을 믿고 선뜻 돈을 냈다고 한다. 경찰은 도주 중인 총책 박모(52·여)씨를 쫓는 등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이 조직에 넘긴 회사와 추가 피해자도 확인 중이다.

텔레마케터들은 결제가 성사되면 수고비로 건당 10만∼20만원을 받았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에 그만둔 사람도 있었지만,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어 계속 범죄에 가담하기도 했다. 경찰은 텔레마케터로 일한 취업준비생 강모(23)씨 등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