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윤디, 악보 까먹어 연주 일시 중단… 클래식계 스타 연주자의 대참사

입력 2015-11-01 20:01 수정 2015-11-01 21:24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윤디와 협연하는 도중 피아노 연주가 이상해지자 윤디를 쳐다보고 있다. 세나코리아 제공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윤디(33)가 지난 30일 내한공연에서 악보를 까먹어 연주가 일시 중단되는 대형 사고를 쳤다. 클래식계에서는 “스타 연주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참사”라는 평가다.

윤디는 지난 2000년 18세에 쇼팽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06년 정명훈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협연 이후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의 시드니심포니 협연은 클래식팬들 사이에 큰 관심거리였다.

그의 협연 곡은 쇼팽 콩쿠르 결선 지정곡 가운데 하나로 그가 2000년 우승 당시 쳤던 곡이자 이번에 조성진도 쳤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이 곡은 윤디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2006년 내한공연 당시에도 선보인 바 있다.

이날 공연에서 윤디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초반부터 불안정했다. 12분쯤 지나서는 몇몇 음표를 빼먹으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시드니심포니와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윤디와 맞춰보려고 애썼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윤디 역시 연주를 멈췄지만 지휘자 로버트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이어 그는 피아노 독주부를 다시 치기 시작했고 오케스트라도 연주를 재개했지만 이미 맥은 끊긴 상태였다. 2악장과 3악장의 경우 연주를 멈춘 것은 아니지만 미스터치를 여러 차례 연발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시드니심포니와 윤디에게 박수를 보냈으나 윤디는 대기실로 바로 퇴장했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며 사인회 등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윤디의 불성실한 태도에 일부 관객들은 기획사에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클래식계에선 “쇼팽 콩쿠르 이후 윤디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주는 콘서트였다. 조성진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윤디는 최근 손끝이 무뎌졌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고국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명문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설 기회가 확연히 줄었다.

클래식 평론가 장일범은 “정진하지 않는 자에게 퇴보가 따라온다는 무서운 사실을 정직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