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강주화] 사복음서

입력 2015-11-01 18:22

성경은 66권의 책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크게 보면 예수 탄생 전의 구약 39권, 예수 탄생 후의 신약 27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신약에는 예수의 생애를 담은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 이른바 사복음서가 포함돼 있다. 예수의 고난과 부활 이야기는 초기 구전으로 전파됐다. 기원 후 90년 구약이 암니아 종교회의에서 채택될 무렵 복음서와 서신서가 써졌다.

예수 부활 후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신약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다 2세기 이단이 난무하고 위서가 등장했다. 신약을 확정할 필요가 생겼다. 교부(敎父)들이 무려 100여년 동안 머리를 맞댔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어떤 문서를 선택할지 논의했다. 교부란 고대에서 중세 초기까지 정통 신앙의 전승자로 인정받은 그리스도교 저작가이다. 저서 ‘성육신에 관하여’에서 삼위일체설을 주장한 아타나시우스(295∼373)와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354∼430)가 잘 알려진 교부다. 4세기 중반 무엇을 성경에 넣을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고, 397년 카르타고 종교회의에서 지금의 신약 27권을 확정했다. 이렇게 채택된 사복음서는 예수의 생애를 다양한 관점에서 묘사한다.

마태복음은 예수를 하나님 나라를 세울 왕 ‘메시아’라고 본다. 마가복음은 고난을 받는 ‘종’으로 접근한다. 누가복음은 ‘인성’을 강조한다. 요한복음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신성’을 부각한다. 물론 예수가 인류의 유일한 구원자라는 시각은 사복음서 공통이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후 1454년 처음 찍어낸 책은 라틴어 성경이었다. 16∼17세기 종교개혁 이후 성경은 다양한 언어로 배포됐다. 지난해만 542개 언어, 3390만여권이었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장신대 교정에는 ‘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렇게 긴 시간, 그렇게 많은 성경이 나오지만 아무도 “예수의 생애를 하나로 기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도 마찬가지다.

강주화 차장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