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4) 잠비아 충고 지역 후원 학교를 가다

입력 2015-11-01 18:53
지난 20일 잠비아 충고지역 바나치브웸베 스쿨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에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수업을 할 수 없다.
월드비전 잠비아 목회자모니터링 방문단이 지난 20일 바나치브웸베 스쿨을 방문해 학생 교사 학부모 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방문단이 지난 21일 충고 지역의 실질적 통치자인 치프 충고(왼쪽 세 번째)를 예방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월드비전의 후원으로 만든 킴바 스쿨의 대용량 물탱크.
10월인데도 아프리카의 햇살은 따가웠다. 사륜구동 차량인 도요타 랜드크루저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넘게 달렸다. 이정표도 없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갈라졌지만 운전기사는 내비게이션도 없이 용케 목적지를 찾아갔다.

뿌연 흙먼지를 뚫고 도착한 곳엔 황량한 들판 한편으로 초가 건물 두 동이 서 있었다. 건초를 엮어 대충 지붕만 올린 건물엔 벽과 문은 아예 없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무 기둥도 반듯한 게 하나도 없어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작은 나무 의자에 쪼그려 앉은 학생들과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이곳이 학교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중남부에 있는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서남쪽으로 300㎞ 떨어진 충고(Choongo)지역, 그곳에서도 오지에 자리 잡은 바나치브웸베 커뮤니티 스쿨이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목회자모니터링 방문단과 함께 지난 20일 찾은 이곳은 학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열악했지만 교육의 열정은 뜨거웠다.

이 학교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38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었다. 정부의 인가는 받았지만 공립학교가 아니어서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하지만 공립학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가는 길에 큰 개울까지 있어 우기만 되면 저학년 학생들은 몇 달씩 학교를 가지 못했다. 인근 17개 마을 2700여명의 주민은 2004년 스스로 이 학교를 세우고 선생님들을 초빙했다. 현재 4명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월급은 미화 2달러 정도다. 생계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니 소명의식 없이는 교사를 하기 어렵다. 이 지역은 하루 1달러 안팎의 수입으로 평균 5∼6명의 식구가 먹고살 정도로 가난하다.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급여를 주는 것도 학교다운 건물을 세우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 학교 시반다 무냔디 교장은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에 11월 말부터 우기가 시작되면 학교는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해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교육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만석(수원명성교회) 목사는 “아이들이 학교라고 하기도 힘든 곳에서 공부하겠다고 천진난만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성도들과 의논해 이곳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캄바자(Kambaza) 스쿨은 형편이 달랐다. 서울 영락교회가 2012년 한국월드비전을 통해 새 건물 두 동을 지어서 기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중학교에 해당되는 8·9학년 과정을 개설할 수 있었고 재학생도 300여명에서 478명으로 늘어났다. 중학교에 가기 위해 2∼3시간을 걸어가거나 아예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제대로 된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다. 영락교회는 월드비전을 통해 이 학교에 자동펌프와 물탱크로 구성된 간이상수도까지 설치했다. 이름은 ‘여호수아 식수펌프’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태양광전지로 가동된다. 예전엔 학생과 교사들이 800m를 걸어가 각자 자기가 쓸 물을 받아와야 했지만 지금은 수도꼭지만 틀어도 물이 나온다. 인근 50가구의 주민도 난생처음 상수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킴바(Keemba) 스쿨의 변모는 더 놀랍다. 월드비전이 자동펌프와 1만ℓ짜리 물탱크 2개를 갖춘 간이상수도를 설치해줬는데 학교는 물론 주위 마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이상수도로 건축공사에 필요한 용수 문제가 해결되자 건축비용이 대폭 절감됐다. 학교는 현재 학생 기숙사와 교사 사택, 고등학교 건물 등 3개의 건물을 추가로 짓고 있다. 가까운 병원과 마을에도 상수도가 공급돼 지역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월드비전 경기지부 지회연합회 대표회장 김봉태(영원교회 원로) 목사는 “한국도 가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잠비아가 빈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고(잠비아)=글·사진 송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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