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투수 노경은은 2013년 10승 투수가 되며 팀 선발의 든든한 한 축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운 오래새끼’로 전락했다. 2014년 3승15패로 평균자책점이 9.03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선발에서 밀려나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1승4패4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47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6경기에 등판해 8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하며 김태형 감독의 근심을 샀다.
그랬던 노경은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백조’로 변신했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로 이현호를 등판시켰다. 그런데 이현호가 경기 초반 제구 불안을 보이며 1⅔이닝 만에 3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마무리 이현승으로 가기엔 아직 이닝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 때 노경은이 나타났다. 노경은은 2회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뒤 8회 1사 1루에서 이현승에게 공을 건네기까지 5⅔이닝 동안 92개의 공으로 삼성 타선을 단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올 시즌 최다이닝, 최다투구수를 기록할 만큼 투혼을 발휘했다. 6회초 무사 1, 2루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후속 타자를 2루수 플라이, 유격수 앞 병살타로 연결했다. 결국 노경은의 호투를 발판삼아 두산은 4대 3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 투수는 노경은이 됐다. 김 감독은 “노경은이 이렇게 여유 있게 잘 던질지 몰랐다. 기대 이상 잘 던졌다”고 흡족해 했다.
덕분에 두산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하며 2001년 이후 14년 만의 우승까지 단 1승 만을 남겨놓게 됐다. 타선에선 민병헌이 힘을 냈다. 민병헌은 5회말 결승타를 치는 등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허경민은 2안타를 보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3개)을 작성했다.
반면 삼성은 5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낭떠러지로 내몰렸다. 기대했던 중심 타선은 이날도 침묵했다. 야마이코 나바로와 최형우,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이날 11타수 1안타에 그쳤다. 삼성으로선 9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연속 3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김상수와 구자욱이 범타에 그치며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5차전은 3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삼성은 장원삼, 두산은 유희관이 선발로 각각 마운드에 오른다.
황인호 기자 inovator@kmib.co.kr
가을에 거듭난 노경은, 사자 벼랑 끝으로 몰다
입력 2015-10-31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