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를 떼어내 롯데그룹에 넘기는 ‘화학 빅딜’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 인수 건은 신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됐다”고 30일 밝혔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3∼4주 전인 지난 7월 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과 방산부문 계열사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1차 빅딜’을 마친 뒤였다.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 3대 축으로 키우는 운영 전략을 짰고, 이 부회장에게 인수 의사를 적극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이 부회장은 각각 60세, 47세로 나이차가 있지만 공개적인 행사는 물론 비공개 모임까지 서로 초청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롯데 측은 삼성 화학계열사 임직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이번 빅딜로 ‘삼성맨’에서 ‘롯데맨’이 되는 인원은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 임직원 1200여명을 비롯해 삼성정밀화학 830여명, 삼성BP화학 200여명 등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로금 지급이나 전환배치 등의 후속 조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다음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와 내년 2월 신규 법인설립,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측은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매각 재원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롯데제과 지분 2.1%를 사들이며 전체 지분을 8.78%로 높였다. 지분 매수로 신 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제치고 롯데제과 2대 주주로 올라섰다.김유나 기자
삼성-롯데 ‘화학 빅딜’은 신동빈 작품
입력 2015-10-30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