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치열한 기싸움에 돌입한다. 이번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는 ‘3각 협력틀 복원’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3국 사이엔 현안들이 워낙 실타래처럼 얽힌 탓에 신경전만 부각될 개연성이 높다.
우선 다음 달 1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을 집중 논의한다. 회의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일본 안보법제 통과 이후의 자위대 활동 확대, 미·중 갈등이 격화된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사에 대해선 한·중 양국이 일본을 협공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 침략의 역사를 공유하는 두 나라 정상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를 압박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는 3국 정상 차원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남중국해 문제는 더 복잡한 사안이다. 처음부터 ‘미국 지지’를 선언한 일본이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우리 측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
첫 한·일 양자회담은 ‘할 말만 하고 끝나는 회담’에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은 일본 마이니치·아사히신문에 30일 게재된 서면 인터뷰에서도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 의지’를 집중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안부 문제가 금년 내에 타결돼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왔던 역사인식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나 역행하는 언행을 멈춰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일본 정부 입장은 전제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중 한·일 간 분위기를 반영하듯 두 정상의 방한 일정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2박3일간 ‘공식방문’하는 리 총리는 연쇄정상회담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한·중 회담은 화기애애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고, 박 대통령과의 공식만찬도 예정돼 있다. 우리 측이 그만큼 예우한다는 뜻이다. 리 총리는 또 한·중 청년지도자포럼 참석 등 왕성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반면 한·일 정상회담은 시종 냉랭하게 진행될 것으로 추측된다. 아베 총리의 방한은 1박2일의 짧은 실무방문이다. 박 대통령과는 정상회담 합의문이나 오·만찬, 공동기자회견도 없는 ‘3무(無) 회담’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공식환영식을 갖는 리 총리와는 달리 아베 총리를 위한 별도 의전도 마련돼 있지 않다. 중·일 정상회담은 양측 간 줄다리기 끝에 다음달 1일 열릴 전망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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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3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