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차기 검찰총장 내정은 ‘변화보다 안정’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집권 하반기에, 그것도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조직 수장으로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세우겠다는 청와대 의중이 투영됐다. 김 내정자는 이석기 전 의원 내란선동 사건, ‘정윤회 문건’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충성도 검증’을 통과했다고 할 수 있다.
◇정권 후반기 ‘총선·대선 관리자’로 낙점=김 내정자의 이름이 차기 총장 후보군에 등장하기 시작한 계기는 ‘이석기 내란 수사’였다. 수원지검장이던 2013년 8월 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수사는 ‘종북’에 반대하는 보수층 결집을 불러일으키며 박근혜정부가 60%대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한몫했다. 또 지하 혁명조직(RO) 수사 결과는 이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정권에 가장 적대적이던 정당과 소속 의원들을 법적으로 ‘정리’한 김 내정자는 같은 해 고검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 핵심보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을 지휘하며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을 진화(鎭火)했다. 문건은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던 ‘찌라시’ 수준으로 결론이 났고, 이를 유출한 혐의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정권 입장에서 ‘코드’가 검증된 김 내정자는 가장 무난한 결정이다.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감안된 듯하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6기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가장 선배다. 17기가 검찰총장에 내정되면 검찰 조직문화 특성상 16·17기 검사들이 줄줄이 용퇴해 현직 고검장급 간부 대부분이 물갈이될 수 있었다.
◇‘정치적 중립성’ 청문회 핵심쟁점 될 듯=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은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진보단체에서 문제를 삼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수준을 넘어 기소권으로 정치를 하는 검사들의 영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부적격자”라는 입장을 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박모(37·필명 미네르바)씨를 구속 기소한 점도 언급되고 있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이후 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 내정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큰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가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겸허하고 차분하게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중순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금로 기조부장을 중심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렸다.
김 내정자는 판사로 임관해 3년간 근무하다 검사로 전직했다. 연수원 기수 선두주자로 특수수사와 기획업무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명되면 정상명(65·경북 의성) 전 검찰총장 이후 10년 만에 대구·경북(TK) 출신 총장이 된다. 강신명 경찰청장과는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올해 3월 관보에 게재된 재산은 서울 대치동 아파트를 비롯해 21억6259만원이다. 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
△대구(56) △청구고·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6기 △대검 컴퓨터수사과장·중수3과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범죄예방정책국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차장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朴대통령 ‘변화보다 안정’ 의지…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 ‘검증된 충성심’ 눈도장
입력 2015-10-30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