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극장 무대 준비하는 안은미 “안무는 동작 아닌 관점을 만드는 일”

입력 2015-11-01 19:03
안무가 안은미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땐스 3부작’의 프랑스 공연 성과 및 자신의 안무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년 1∼4월 프랑스와 스위스 투어도 예정된 안은미는 한국 무용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독보적인 기록을 쓰고 있다. 서영희 기자
‘심포카 바리-이승편’에서 직접 춤을 추는 안은미.
안은미 컴퍼니는 올해 44회째를 맞은 프랑스 파리가을축제(9월 9일∼12월 31일)에서 ‘사심없는 땐스’ 3회,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5회,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2회 등 ‘땐스 3부작’을 10회 공연했다. 그리고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를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3회, 보르도에서 2회 선보인 뒤 지난 24일 귀국했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지만 안무가 안은미는 11월 5∼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무대에 올릴 ‘심포카 바리-이승편’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찾은 그는 “프랑스 공연으로 인해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무용수들은 문제가 없는데, 공연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안돼 관객이 적게 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파리가을축제 동안 그의 작품은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극장 밖에서는 ‘티켓 구함’이라는 종이를 든 관객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지만, 막상 국내에 돌아오자 독립예술단체를 이끄는 입장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금의환향 공연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프랑스 가기 전부터 기획됐던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 작품이 해외에서 워낙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땐스 3부작’ 공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은미는 한국 무용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가장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신(新)춘향’의 유럽 4개국 투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해외 페스티벌 또는 극장의 부름을 받았다. ‘렛 미 체인지 유어 네임’ ‘심포카 바리’ ‘땐스 3부작’은 독일의 피나 바우쉬 페스티벌과 뒤셀도르프 페스티벌, 영국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등에 초청됐다. 특히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는 프로 무용수들과 함께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춤이 인간의 몸에 아로새겨진 역사와 생존을 보여준다는 극찬을 듣고 있다.

그는 이처럼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이나 몸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해외에서 재미있고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예술가로서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는 방식 그리고 한국의 역사성과 사회성이 들어간 작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투어가 이어지면서 단원들에게 그간 많이 주지 못했던 월급을 주게 된 것도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공연계의 경우 아티스트가 한번 인정을 받으면 거미줄 같은 극장과 페스티벌 네트워크를 통해 쉴 새 없이 초청을 받는 게 관행이다. 안은미 역시 지난 10년간 검증과 평가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중요 안무가 반열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는 2013년 ‘심포카 바리-이승편’과 지난해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가 파리여름축제에 잇따라 초청돼 큰 호평을 이끌어낸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번 파리가을축제에 선보인 ‘땐스 3부작’ 10회 공연은 객석 수로 약 1만석 정도 되는데, 일찌감치 매진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그는 내년 1∼4월 프랑스 7개 도시와 스위스 4개 도시에서 총 20회 공연을 앞두고 있고, 7∼8월 파리여름축제에서 프랑스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신작도 만들 예정이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 무용계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안무에 대해 단순히 동작을 짠다고 생각하는데, 자신만의 미학적 관점을 찾는 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면서 “몸에 대한 인류학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는 ‘땐스 3부작’을 만들면서 스스로 ‘관점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무가마다 다르겠지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고민하면서 계속 테스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