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색깔론·조롱성 발언 진흙탕 ‘역사전쟁’… 교과서 국정화 정국 여야 막가는 ‘저질 정치’

입력 2015-10-30 21:58 수정 2015-10-30 22:15

논리는 없다. 막말과 색깔론만 난무할 뿐이다. 여야가 벌이는 ‘역사 전쟁’의 현주소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명분으로 내건 정치권의 대결이 가장 비교육적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이라는 눈앞의 목표를 향한 여야의 ‘진흙탕싸움’은 궁극적으로 정치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앞장섰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적화통일에 대비해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교과서를 가르치려 하느냐”고 말했다. 다음날 서청원 최고위원은 “북한이 대남 공작기관을 통해 국내 친북단체와 개인들에게 국정화 반대 총궐기 투쟁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안 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지도부도 ‘북한 지령설’에 가세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30일 “현행 역사 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고 친북적인 기술로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북한이 총궐기 투쟁을 지시한 지령문을 보냈다는 의혹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여당이 ‘국정화는 친일·독재 미화’라는 야당 프레임에 맞서 ‘국정화 반대는 친북’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용화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고 북한 변수를 이용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며 “(색깔론은) 중도층이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 대응도 거칠긴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유우성 같은 ‘창조간첩’을 만들더니 이제는 ‘창조지령’을 만들어 국정 교과서 반대운동에 지령을 덧씌우고 색깔론 공세를 한다”고 했다.

제1야당 지도부의 품격을 의심케 하는 조롱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국정화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위해 30일 대전역광장을 방문,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말 (박 대통령)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28일에도 “여러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느냐”며 박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을 겨냥, “두뇌의 정상화가 시급한 친박실성파”라고 말해 사실상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 앞서 그는 박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지도부의 도를 넘는 발언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태로, 정치혐오증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의 막말 공방은 발전하지 않고 정체돼 있는 우리 정치문화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권 전체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을 키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장희 고승혁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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