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출범 1년… 실형선고만 18명, 형량 합치면 67년

입력 2015-10-30 21:33

“군인들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된다. 군사력 또한 저하돼 국방 안전에 위협이 될 중대 범죄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K-11 복합소총 검사 결과를 조작해 대금을 챙긴 방위산업체 직원 3명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군이 첨단무기라고 자랑하던 K-11은 공중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지는 사고가 잦았다. 알아보니 ‘장비 바꿔치기’로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이었다.

이날 선고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또 한편으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합수단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법정에 세운 66명(군인 40명) 가운데 꼭 절반인 33명이 최소 1심 판결을 받아든 것이다. 재판부 판단을 거친 방위사업비리 혐의자 33명 중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18명이다. 실형률은 55%에 달한다. 지난해 모든 형사공판사건의 1심 실형률은 19% 남짓이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위사업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말했다.

30일 현재까지 18명이 선고받은 형량을 모두 합치면 징역 67년에 이른다. 해군 함정 수주 대가로 STX에서 금품을 챙긴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의 경우 부자(父子)가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5년, 합계 15년형을 받았다.

합수단은 다음 달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출범할 때 관련 업계뿐 아니라 연구개발 등 모든 분야를 살펴보겠다며 ‘방위산업’이 아닌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라는 명칭을 택했다.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고 곳곳에 기밀이 버티는 군이었기에 포부에 비해 수사가 쉽지 않으리란 시선도 있었다. 김기동 합수단장은 “요란하게 관심만 받다가 기밀만 드러내는 격이 돼 국익을 해쳤다는 평가를 받을까 우려된다”며 “그저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하겠다”고 말했었다.

특별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차출된 검사들은 비밀취급 인가부터 받았다. 시간을 쪼개 군사 전문용어와 무기 도입 프로세스를 익혔고, 무기 성능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출발한 합수단은 출범 100일을 맞을 무렵 2000억원의 비리 금액을 발견했다. 지금은 찾아낸 비리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

합수단은 육·해·공 전 군에서 예비역들을 통해 업체와 유착한 방위사업비리가 만연함을 밝혔다. 특전사의 다기능방탄복은 적의 소총에 관통됐고, K-11은 오작동하고 있었다. 통영함에는 고성능 소나(음파탐지기) 대신 2억원짜리 참치 어군탐지기가 41억원을 받고 실렸다.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는 향후 유지보수조차 어려울 정도로 하자가 심각했다.

지난 7월 ‘별 22개’를 법정에 세웠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합수단은 육군의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도입 비리, 공군 전투기 시동용 발전기 납품비리, 거물 로비스트 해군 무기중개 비리 등을 계속 수사 중이다. 출범 1년이 되면서 합수단에는 특별수사 외에도 공소유지 업무가 많아진 상태다. 기소한 이가 워낙 많아 4개 팀이 1주일에 평균 2차례씩 공판에 들어간다.

방위사업비리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에서 합수단의 운영시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합수단은 애초 올 연말까지 운영키로 계획돼 있었다. 다만 기소된 이들의 절반만 선고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장 필요성이 제기된다. 감사원의 이첩사건 중에도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것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