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인자 오는데… 록히드마틴 “韓·美 사드 협의 중”

입력 2015-10-30 21:46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의 권력 2인자가 방한하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드 제작사의 최고위 인사가 “한·미 정부 당국이 사드 배치를 협의 중”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다음 달 2일 한·미 군사 당국 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의의 예상치 못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항공·미사일 방어담당 부사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사드 배치가) 지금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논의냐, 비공식 논의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식·비공식 차원에서 모두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그동안 양국 간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한·미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빌 어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사드 포대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부 내에서 의사결정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국이) 우리한테 요청해 온 바도 없다”며 “(트로츠키 부사장이) 뭘 근거로 얘기한 건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로츠키 부사장 언급이 미 정부의 기본입장을 대변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트로츠키 부사장은 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구축해놓은 패트리엇 방어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사드를 도입해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사드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방어용”이라고 했다.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우리 정부로선 이 발언을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게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압력이 점차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어번 대변인이 SCM에서의 사드 논의 여부에 대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한국 측과 어떤 걸 논의할지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