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찍퇴’ 공포… 低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사전 가동

입력 2015-10-30 21:46
명퇴(명예퇴직)와 희퇴(희망퇴직)에 이어 ‘콕퇴’ ‘찍퇴’가 등장했다. 9·15 노사 합의가 법제화되기도 전에 금융가에는 이른바 저성과자를 선별해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사실상의 해직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받아도 손 드는 사람이 없으니 직원들을 콕 찍어서 나가라고 하는 콕퇴, 찍퇴를 하는 셈”이라고 반발한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9일 20명에게 2개월 동안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인사고과나 팀워크 평가에서 하위에 속해 저성과자로 지목된 이들이었다. 역량 강화 프로그램 안에는 “자발적으로 전직을 희망할 경우 3개월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역량 강화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된 직원 2명이 퇴직했다. KB손보는 “저성과자의 역량을 강화해 재도전하도록 하려는 게 인사 방침”이라며 “대상자들에게 교육과 퇴직 중 양자택일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나머지 직원들도 “사실상 퇴출 대상자를 콕 찍은 셈”이라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대라이프도 27명을 ‘잉여인력’으로 선별해 인사발령을 했다. 영업직에서 일해온 직원을 전산팀에 배치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도록 하는 등 직종을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한 직원은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지원한 직원이 많지 않아 ‘찍퇴’를 하려는 것”이라며 “대신생명 시절부터 오랫동안 근무해온 직원들이 인사 대상에 포함됐고 현대차그룹에서 넘어온 이들은 쏙 빠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인사의 일환으로 직종 간 교류도 늘 있었던 일”이라며 “퇴직을 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28일 노조위원장을 면직시켰다. “성과 관리 프로그램은 사실상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다. 회사는 “직원의 업무능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 대상자 65명 중 23명이 실제로 퇴직했다. 이남현 노조위원장은 “대신증권이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쉬운 해고의 선례가 돼 안타깝다”며 “창업 당시의 동반자 정신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