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F-X 핵심기술 개발 자신할 수 있나

입력 2015-10-30 18:37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30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오는 2025년까지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개발을 완료하고 2025∼2028년 초도 양산과 추가 무장, 2028∼2032년 후속 양산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원(ADD) 측도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등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 체계통합 기술의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 실책으로 갈팡질팡하며 국민들의 불신만 잔뜩 키워 왔던 18조원 규모의 KF-X 사업이 합리적 점검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절차 없이 어영부영 그대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방사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사업이 적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와 방사청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회 답변을 통해 자신 있게 국내 자체 개발을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이 “잘하라”로 지시하니 바로 2032년까지 ‘자체 기술로 양산 가능’ 답변이 나올 정도인데 지금까지 4개 핵심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왜 그렇게 노력했는지 황당하기까지 하다. 왜 한민구 국방장관은 굴욕외교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 국방장관에게 이전을 요청했는가. 방위산업추진위원회는 왜 4개 기술 이전을 전제로 사업 추진을 결정했는가. 도대체 갈팡질팡했던 정부의 추진 방침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청와대나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답변을 못 해주고 있다. 정말 무책임한 자세다.

기술 개발 사업이란 게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하더라도 기술 축적은 소중한 자산이며 KF-X 사업은 꼭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어디서 잘못됐는지는 점검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게 마땅하다. KF-X 사업 추진 관련자들은 면피하기 위해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성공 여부를 15년여 뒤에나 알 수 있다고 청와대나 정부가 너무 책임감 없이 추진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