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열도 평정한 이대호 비결은? 완벽한 적응

입력 2015-10-30 21:09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29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끝난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 기념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빅보이’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2연패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완벽한 적응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유난히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일본에서 뛴 한 선수는 “못할 경우 동료들이 무뚝뚝하게 대하거나 심지어 반말투로 이야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판도 편파판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선수는 “외국인일 경우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6월 이대호는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 큼지막한 좌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지만 주심이 파울로 선언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특유의 친근함으로 이런 차별을 딛고 완벽히 팀에 녹아 내렸다. 30일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대호는 MVP에 선정된 직후 “이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내 앞에 주자가 많이 나갔고, 나는 그저 주자를 불러들이기만 했다. MVP를 받게 된 건 모두 동료의 덕”이라고 공을 소프트뱅크 동료에게 돌렸다. 이대호는 “MVP 상금 500만엔(약 4700만원)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동료와 식사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대호는 팀 내 경쟁자이자 간판 4번 타자이지만 늑골 부상으로 일본시리즈에 뛰지 못한 우치카와 세이치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치카와는 내게 무척 소중한 존재다. 외국인 선수로 뛰는 내가 팀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줬다”며 “우치카와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좋은 기록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일본 언론은 감동하고 있다. 스포츠호치는 이대호에 대해 “자신에게 기회를 준 나머지 야수들에게 감사해 하는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기술적인 면에선 끊임없이 타격 자세를 연구·수정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게 주효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다. 4월 한 때 타율이 0.109까지 떨어지며 1할대 붕괴 위기까지 내몰렸다. 이 때 이대호는 레그킥(타격시 왼발을 드는 자세)을 연구해 부진에서 탈출했다. 이대호는 레그킥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타격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면서 약점을 찾았고 이를 통해 타이밍을 맞췄다. 이대호는 당시 “매일 1∼2시간씩 눈이 아플 정도로 예전 타격 영상을 보며 슬럼프 탈출의 힌트를 찾았다”고 했다. 결국 이대호는 올 시즌 정규리그 동안 홈런(31개)과 타점(98개) 부문에서 자신의 일본 무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일본시리즈도 이대호 시리즈로 만들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