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오바마’ 마침내 찾은 걸까… 美 대선 40대 루비오 급부상

입력 2015-10-30 21:17

쿠바 이민자의 아들이자 44세 젊은 미국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주목받고 있다. 3차 TV토론에서 젭 부시 전 주지사를 압도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기성 정치에 분노하는 유권자들과 당내 주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언론들은 3차 TV토론의 승자로 루비오 의원을 지목하면서 그의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루비오의 때가 왔는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루비오 의원의 전략가들은 ‘정치적 재능이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전략이라고 말해 왔는데 그게 바로 (3차 TV토론 날인) 수요일 밤에 찾아왔다”고 전했다.

TV토론 이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중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은 루비오 의원이었다. 벤 카슨과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2, 3위에 올랐고 부시 전 주지사는 7위에 그쳤다. 지난달 2차 TV토론 직후 루비오 의원의 검색어 순위는 5위였다.

사우스캐롤라니아 출신의 한 민주당원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루비오가 조금씩 부상하고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루비오 의원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10% 안팎의 지지율로 트럼프, 카슨에 이어 3, 4위를 달리고 있다. 루비오 의원이 부상하자 세계 최대 베팅 사이트 베트페어와 또 다른 사이트 프레딕티트는 최근 그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29%, 40%로 각각 예측하며 공화당 주자 가운데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의 선거전략가들은 대선 본선에서 젊고 패기 있는 루비오 의원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라고 실토했다고 WP는 전했다. 루비오 의원은 TV토론 다음날 아침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전화로 연결해 기금모금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자신감의 발로였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부시 전 주지사와 각을 세우지 않으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루비오 의원은 이날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 “나는 아직도 부시 전 주지사를 대단히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 전 주지사의 지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루비오 의원은 변호사와 플로리다주 하원의장을 지냈으나 아직 워싱턴 정가에서는 정치신인으로 분류된다. 공화당 내 일부 주류 인사들은 “신출내기인 그에게서 ‘말만 번지르르할 뿐 정치 경력이 일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그림자가 묻어난다”고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을 겨우 한 차례 거친 뒤 곧바로 대선에 도전했다.

그는 미 대선주자 가운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첫 후보다. 그는 지난 4월 2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해) 더욱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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