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치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이념 대결로까지 과열시키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로 민생과 경제 챙기기로 돌아가자면서도 쉽게 ‘국정화 정국’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형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주류 진영에서 출구전략 마련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생은 물론 외교, 국방 모두 엉망인 상황에서 국정 교과서에 모든 걸 걸고 싸울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빨리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0·28재보선에서 ‘국정화 반대’가 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7∼29일, 전국 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 포인트) 결과 국정화 반대 의견(49%)은 지난주보다 2% 포인트 증가했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율(22%)은 지난주 대비 2%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출로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가 전날 정부·여당이 ‘사회적 논의기구’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공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대전역에서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여당의 ‘색깔론’ 공세 차단에도 적극 나섰다.
당내 ‘문재인 책임론’은 더욱 거세졌다. 비주류 조경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를 향해 “죽어야 저승 맛을 알겠는가”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고 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안민석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마음을 비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민생 행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에 ‘민생 발목잡기’ 프레임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10·28) 재보선에 나타난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민생을 외면한 채 장외투쟁을 이어간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애정과 기대마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며 “민생을 챙기겠다는 야당의 약속을 법안과 예산 처리라는 실천으로 보여주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국정화 확정고시를 앞두고 다음달 3일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회의도 개최키로 했다.최승욱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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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정화 정국’서 발 빼기 쉽지 않네∼
입력 2015-10-30 22:00 수정 2015-10-30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