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월 1일 임기 만료되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에 김수남 대검차장을 내정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구동성으로 “예상대로 대구”라는 반응이 나왔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중 김 내정자와 역시 대구 출신인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중 한 명이 발탁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박 대통령이 집권 중후반기 2년 동안 검찰 조직을 이끌 인물을 선정하면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에 대해 “대형 부정부패 사건 수사 경험이 풍부하고 법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했지만 그렇고 그런 정치적 수사(修辭)로 들릴 뿐이다.
우리 검찰은 이명박정부 이후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립은커녕 정권과 유착해 권력의 도구 역할을 한다는 악평이 나올 정도다. 현 김진태 총장 체제 역시 청와대 하명사건을 챙기느라 거악척결 수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출신을 후임 총장에 기용했으니 검찰의 중립이나 독립이 요원하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검찰총장 임기제(2년)를 시행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청와대에 짓눌려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검찰의 심벌마크는 대나무의 올곧은 이미지를 차용해 5개의 직선을 병렬 배치한 모양이다.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상징한다는데 지금의 우리 검찰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검찰이 환골탈태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공정’을 무기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아니요’라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 다음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내정자가 그런 강단을 가졌는지 엄정하게 검증해주기 바란다.
[사설] 대통령과 동향인 검찰총장 제 목소리 낼 수 있을까
입력 2015-10-3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