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표 북한’이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중단됐던 노동당 대회를 내년 중순에 열기로 하면서다.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웠던 ‘선군(先軍)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만의 독자적인 정책노선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 수행에서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당과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해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소집하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노동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가 열리는 건 36년 만이다. 1980년 10월 10일 제6차 대회를 끝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시 대회에서 노동당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유일 지도이념으로 명문화하는 한편, 김정일 위원장을 공식 후계자로 확정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당 대회 개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내부 사정과 대외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 결정된 사안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회가 김정은 체제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 시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당 대회가 복원됨에 따라 김정일 체제의 ‘키워드’인 선군 정치가 ‘선당(先黨) 정치’로 전환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제1비서가 자기 체제에 자신감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행보”라며 “군 중심의 정치를 마감하고 당을 중심에 두는 등 (노동당 체제의) 정상화로 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 갱도를 굴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핵 문제를 의제화하려는 일종의 시위라는 분석이 더 신빙성을 얻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 ‘김정은표 북한’ 본격 시동
입력 2015-10-30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