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즉 가을걷이가 얼추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바심’을 아시나요?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을 말합니다. ‘타작(打作)’이라고도 하지요. 낟알을 떨어내는 ‘탈곡’의 방법에는 절구나 기다란 나무에 볏단을 메어치는 ‘개상질(마당질)’, 성긴 참빗같이 생긴 것에 벼이삭을 훑는 ‘홀태질’이 있었고, 두셋이 발로 밟으면 돌기가 나 있는 통이 돌아가는 ‘호롱기’를 이용한 방법도 있었습니다. 발동기나 경운기에 ‘피대’를 걸어 작동하는 동력 탈곡기도 있었지요. 지금은 콤바인이 혼자서 각을 꺾어가며 논을 몇 바퀴 돌면 벼가 베어져서 탈곡이 된 뒤 포대에 담깁니다.
‘바심’은 집짓는 데 쓸 마름질한 재목을 깎거나 파서 다듬는 일이란 뜻도 있습니다. ‘풋바심’은 양식이 동났을 때 채 익지 않은 벼나 보리를 바심하는 것을 말하지요.
‘타작’은 ‘바심’의 뜻 말고 ‘거둔 곡식을 지주와 소작인이 어떤 비율에 따라 갈라 가지는 제도’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배메기’라 하여 ‘지주가 소작인에게 소작료를 수확량의 절반으로 매기다’라는 뜻도 있는데, ‘반타작’의 출처입니다.
1000원. 네 식구가 한 끼 먹을 수 있는 쌀값입니다. 단언컨대 쌀은 우리에게 밥의 재료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알곡 떨어내는 ‘바심’과 ‘타작’
입력 2015-10-30 21:55 수정 2015-10-30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