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 3色’… 스페인·일본·중국 3개국 작품 각각 무대에

입력 2015-11-01 19:01

김광보(51), 김동현(50), 고선웅(47).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중견 연출가 3인의 공연이 11월 잇따라 열린다. 각각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등 국내 메이저 극장들이 제작했으며 일본, 스페인, 중국 등 해외 작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고선웅이 4∼22일 중국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 사건을 원나라 때 작가 기군상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조씨고아’를 고선웅이 다시 각색했다.

18세기 유럽에 소개돼 동양의 햄릿이라는 평가를 받은 ‘조씨고아’는 조씨 가문 300명을 죽인 원수 도안고에 맞서 자신의 가족까지 희생해가며, 조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 고아(조무)를 키우는 정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칼로막베스’ ‘홍도’ 등을 통해 고전에 대한 남다른 재해석을 보여줬던 고선웅이 원작의 주제인 복수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다. 유랑극단을 연상시키는 간단한 무대와 조명, 상상력을 극대화한 소품 등으로 원나라 시대 연극인 잡극(雜劇)의 특성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김광보는 5∼18일 LG아트센터에서 일본 극작가 츠치다 히데오의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선보인다. 츠치다는 일본에서 연극, 영화, TV 드라마를 오가며 다수의 인기작을 발표해 왔다. 일본 드라마 팬이라면 ‘도쿄 타워’ ‘사이토씨’ ‘보육탐정 25시’ 등의 대본작가로서 그를 기억하겠지만, 원래 츠치다는 자신의 극단 MONO에서 꾸준히 연극을 만들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블랙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고 작품 ‘억울한 여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여러 차례 앙코르 공연됐다.

2012년 일본에서 초연된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경범죄로 감옥에 수감된 죄수 6명이 장난삼아 국경선을 긋고 시작한 놀이가 점차 출신에 따라 두 편으로 나뉘어 심각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그렸다. 한국 사회가 처한 지역 갈등과 최근 사회적 이슈인 혐오주의 등을 생각하는 작품이다.

김동현은 10일∼12월 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스페인 출신 후안 마요르가의 ‘맨 끝줄 소년’을 무대에 올린다. 마요르가는 현실 풍자와 삶에 대한 통찰을 재치 있게 담아낸 희곡들을 앞세운 극작가로 해외에서 가장 많은 러브 콜을 받고 있다. 김동현은 2006년 ‘다윈의 거북이’로 마요르가와 인연을 맺은 뒤 2012년 ‘영원한 평화’와 2014년 ‘천국으로 가는 길’ 등 꾸준히 그의 작품을 소개해 왔다.

‘맨 끝줄 소년’은 2006년 스페인에서 초연된 마요르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한 때 작가를 꿈꾸던 고교 문학교사가 제자의 작문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작가와 독자의 미묘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국내에선 2013년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소와 오종이 연출한 영화 ‘인 더 하우스’로 먼저 소개됐지만 결말은 연극과 다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