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 하도록 한 현대·기아차의 노사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이정호)는 기아차 직원이었던 A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녀채용 의무를 이행하라는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한 A씨는 2008년 현대차로 전출되기 전까지 금형세척 업무를 하며 유독물질인 벤젠을 가까이했다. 그는 2008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년 뒤 48세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6개월 내 특별채용 한다’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자녀 일자리를 요구했다. 유족은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A씨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채용의무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년6개월간의 심리 끝에 “해당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이라며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최근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20, 30대 청년의 기회의 불공정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례없이 커진 상황에서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전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회사가 유족에게 약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양민철 기자
“산재 사망 직원 자녀 특채 현대·기아차 단협은 무효”
입력 2015-10-30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