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는 이대호 시리즈였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4번 타자 ‘빅보이’ 이대호의 맹타에 힘입어 2년 연속 일본시리즈(7전4선승제) 우승을 차지했다. 이대호는 한국인 사상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대호는 29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5차전에서 0-0으로 맞선 4회 상대 선발 이시카와 마사노리의 커터를 잡아 당겨 좌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대호의 시리즈 두 번째 홈런이자 이날의 결승타였다. 타구가 구장의 좌측 폴대 위를 넘어가면서 상대 벤치가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으나 결과는 명백한 홈런이었다. 이대호의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소프트뱅크는 야쿠르트를 5대 0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 2년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전신 다이에 호크스 시절까지 포함하면 통산 7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일본시리즈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이대호는 올해 일본시리즈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2차전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3차전은 목에 담 증세로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교체됐지만 4차전에서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4타점을 뽑아냈다. 5차전에서도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리는 등 3타수 1안타 2타점을 거뒀다. 일본시리즈 5경기에서 이대호가 올린 타율은 무려 5할(16타수 8안타)이다. 다른 주축 선수들의 부진 속에 올린 기록이라 의미가 더 컸다. 3번 야나키타 유키, 5번 마쓰다 노부히로가 타율 1할 대에 머물렀지만 이대호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결승타를 치는 등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3차전을 제외하곤 매 경기 안타를 기록했다. 타점도 8개나 됐다. 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팀의 주장 우치카와 세이치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웠다.
이대호는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 외국인 선수로는 1996년 트로이 닐(당시 오릭스) 이후 무려 19년 만에 MVP가 됐다. 이승엽(2005년, 2009년)과 이병규(2007년), 김태균(2010년)이 일본시리즈 우승은 경험했지만 시리즈 MVP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일본 언론은 이대호에게 최고의 찬사인 ‘쇼군(將軍·장군)’ 칭호를 붙였다. 이대호는 “다른 선수들이 많이 나간 덕분에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며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한국인이 이끈 일본시리즈… 이대호 MVP
입력 2015-10-30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