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3D프린팅’] 연구 속도 못 따라가는 ‘제도’… 안전성 평가·성능 심사 걸음마 단계
입력 2015-10-30 21:13
3D 프린팅 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는 점점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워낙 최첨단 신기술이다 보니 안전성 평가나 관리 방안, 성능 등을 놓고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료기기에 대해 신체 부위별로 허가를 내줘왔다. 현행 의료기기 허가 규정에 따라 제품별로 쓰인 재료의 안전성·성능을 심사해 승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은 3D 프린팅 제품은 두개골 성형재료, 퇴행성 디스크 환자의 추간체(디스크) 보형물, 인공 광대뼈, 의료용 수술 가이드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의료기기의 허가 심사를 요청하는 문의가 많아 총괄적인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3D 프린터 의료기기 안전관리 방안에 대한 용역연구 과제를 발주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각종 수술에 대한 제조사의 법적 책임, 개인 의료정보 보호문제 등 전반적 사항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는 병원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직접 완제품을 만들려면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병원이 제조업 허가를 받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이 때문에 제조업 허가를 받은 전문 3D 프린팅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주문 제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의료기기 부작용에 따른 책임 소재를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환자 개인의 의료정보가 외부로 새나갈 가능성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을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세포조직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의 경우 윤리적 문제까지 논의돼야 한다.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환자에게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수가 결정(급여 혹은 비급여)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에 통과해 승인이 날 때까지 최대 3년이 걸린다. 이런 걸림돌 때문에 제조업체는 애써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고도 제작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매우 드문 상태 또는 질환 치료 목적으로 제조하는 3D 프린팅 제품의 경우 ‘주문제작기기 면제’를 적용하고 있다. 의사에 의해 연간 5개를 넘지 않는 수량이 제조 또는 개조된 주문제작 의료기기는 ‘시판 전 승인 의무’ 적용을 받지 않고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우리도 이런 예외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심평원의 수가 결정을 위해 주로 요구하는 것이 과학적 근거인데, 새로운 신기술이 나와 과학적 유효성이 확립되기까지 대략 2∼3년 걸린다”면서 “3D 프린팅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허가에 2∼3년 이상 걸린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