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롯데그룹 간 화학부문 ‘빅딜’은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는 삼성과 화학사업의 영역을 다양화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롯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3년부터 삼성전자 등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계열사 사업 재편을 진행해 왔다. 이 중 화학 분야는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그룹 내 여러 사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업이익도 작아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등 화학 및 방산 관련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전격 발표했고, 올해 6월 말 관련 작업이 마무리됐다.
한화와 빅딜을 마무리 지은 삼성그룹은 곧바로 남은 화학 관련 계열사를 정리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삼성정밀화학의 2차전지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넘겼고,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 내 건물은 삼성전자에 팔았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그룹 간 사업적 관계를 끊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해 쉽게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삼성정밀화학 등을 묶어 다른 화학기업에 매각하는 작업에 나섰고, 결국 롯데에 이들 3개사를 한꺼번에 넘기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롯데와의 빅딜이 마무리되면 화학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화학 분야 구조조정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과 2차전지, 바이오 등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사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인수를 통해 관련 화학분야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다양화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90% 이상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으로 만드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나온다.
반면 롯데케미칼이 인수하기로 한 3개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셀룰로스로 생산하는 특수소재 등 대부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이다. 특별한 기술적 노하우가 없는 범용 석유화학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로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빅딜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그룹을 확장해 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도 적잖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 첫 경영수업을 롯데케미칼에서 받았다. 그만큼 이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평소 신 회장은 화학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자주 내비쳐왔다. 롯데그룹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 회장이 화학사업 확대·강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며 “국내외 화학업체 M&A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해왔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삼성, 롯데에 화학계열 3개사 매각… ‘IT·바이오 집중’ ‘화학 강화’ 이해 맞아 ‘빅딜’
입력 2015-10-29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