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은 가고 ‘국정원’은 남고… 大法, 유씨에 최종 무죄 선고-증거조작 국정원 직원들 유죄

입력 2015-10-29 21:48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5)씨가 간첩혐의 무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사건으로 비화하며 2년9개월간 진행된 법정공방은 일단락됐다. 유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증거를 위조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유씨의 간첩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서울시공무원이던 유씨가 국정원에 체포되면서 알려졌다. 탈북자 지원업무를 맡았던 유씨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있던 유씨 여동생 가려씨 진술이 핵심증거였다.

그러나 가려씨는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려씨가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합신센터에 구금됐었는데 진술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판단이었다. 유씨의 간첩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과 국정원은 항소심 재판에서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을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유씨를 변호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자신들이 확보한 출입경기록과 다르다며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지난해 2월 중국에서 ‘위조됐다’는 회신이 와 사건은 증거조작 논란으로 돌변했다. 유씨는 항소심에서도 간첩혐의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중국 국적의 협조자를 통해 증거를 조작해 법정에 제출한 혐의로 국정원 김모(49) 과장과 이모(56) 전 대공수사처장, 권모(52) 과장, 이인철(50) 전 중국 선양총영사관 영사 등을 재판에 넘겼다. 협조자 김모(62)씨는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입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 과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처장은 벌금 1000만원, 권 과장과 이 전 영사는 벌금 7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유씨는 탈북자의 북한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프로돈’ 사업을 하며 13억여원을 불법 입출금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